비만/수액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의 근거와 해석의 한계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은 체중계 위의 숫자와 다른 것을 보려고 따로 두는 값입니다. 측정과 해석에서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의 근거와 해석의 한계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키와 체중, 체질량지수 아래에 허리둘레가 함께 적혀 나옵니다. 체중은 작년과 거의 같은데 허리둘레 항목에만 표시가 붙어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살이 찐 것도 아닌데 왜 복부비만이라고 적혀 있습니까"라고 물으시는 경우가 꾸준합니다.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은 체중계 위의 숫자와 다른 것을 보려고 따로 두는 값입니다.

연세한빛내과에서 건강검진 결과를 함께 보는 내과 의사로서, 이 항목은 체중과 묶어서 읽기보다 별개의 축으로 읽는 편이 낫다고 설명드리곤 합니다. 아래에서는 국내에서 쓰는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이 어떤 값이고, 이 둘레를 굳이 따로 재는 근거가 무엇이며, 측정과 해석에서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국내에서 쓰는 기준선

국내에서 통용되는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은 대한비만학회가 제시한 한국 성인 기준을 따릅니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일 때로 봅니다. 2024년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일차의료기관 비만 클리닉 진료 지침은 이 둘레와 체질량지수를 두 축으로 겹쳐 놓은 표를 제시합니다.

체질량지수(kg/m²)분류남 90cm 미만·여 85cm 미만남 90cm 이상·여 85cm 이상
18.5 미만저체중낮음보통
18.5~22.9정상보통증가
23~24.9비만 전단계증가높음
25~29.91단계 비만높음심함
30~34.92단계 비만심함매우 심함
35 이상3단계 비만매우 심함매우 심함

오른쪽 두 칸은 비만 자체의 등급이 아니라 동반질환이 함께 있을 위험도를 나눈 단계입니다. 눈여겨볼 지점은 체질량지수 18.5에서 22.9 사이, 즉 정상 구간입니다. 같은 정상 체중이라도 허리둘레가 기준을 넘으면 표에서는 위험도가 한 칸 위로 분류됩니다. 체중이 그대로인데 결과지 표시만 달라진 이유가 대체로 여기에 있습니다.

체중과 키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체질량지수는 체중과 키로만 계산합니다. 체지방량과 근육량을 구분하지 못하므로 운동선수나 고령자, 근감소증이 있는 분에게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위 지침도 밝힙니다. 지방이 몸의 어느 부위에 쌓였는지 역시 이 값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2020년 BMJ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과 용량반응 메타분석은 이 부분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전향 코호트 72편, 참가자 252만 8,297명의 자료를 모아 복부 비만 지표와 모든 원인 사망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BMJ 2020년 게재 복부 비만과 모든 원인 사망 위험 메타분석 논문 제목부와 초록 원문
복부 비만과 모든 원인 사망 위험 메타분석 논문 제목부와 초록 원문 — Jayedi A, et al., BMJ, 2020 (CC BY-NC 4.0)

허리둘레만 놓고 보면 50편의 코호트에서 10cm 늘어날 때마다 사망 위험이 11% 높았습니다(위험비 1.11, 95% 신뢰구간 1.08~1.13). 더 눈에 띄는 값은 체질량지수를 보정한 뒤입니다. 보정하면 관련성이 약해질 법한데 오히려 1.17(1.13~1.22)로 강해졌습니다. 체질량지수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허리둘레가 따로 짚어낸다고 읽히는 대목입니다.

같은 연구에서 엉덩이둘레는 10cm 늘 때 0.90(0.81~0.99), 허벅지둘레는 5cm 늘 때 0.82(0.75~0.89)로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둘레라는 같은 단위를 재도 몸의 어디를 재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허리 쪽 둘레를 별도의 지표로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위험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점

이 연구는 허리둘레가 커질수록 위험이 어떤 모양으로 변하는지도 남녀를 나누어 그렸습니다. 아래는 남성 자료를 정리한 그림입니다. 가로축이 허리둘레, 세로축이 사망 위험비이고 각 칸은 흡연 여부나 추적 기간으로 나눈 하위 분석입니다.

남성에서 허리둘레와 모든 원인 사망 위험의 용량반응 곡선과 하위군별 비교
남성의 허리둘레와 모든 원인 사망 위험 용량반응 곡선 — Jayedi A, et al., BMJ, 2020 (CC BY-NC 4.0)

전체 남성 자료에서는 J자에 가까운 모양이 나타났습니다. 위험이 가장 낮았던 지점은 허리둘레 90cm였고(위험비 0.96, 0.94~0.98) 그보다 커지면서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여성 자료에서는 60cm에서 80cm 구간까지 위험이 거의 변하지 않다가(80cm에서 1.01, 0.99~1.03) 이후 급하게 상승하는 형태였습니다.

국내에서 쓰는 90cm와 85cm가 이 곡선에서 나온 값은 아닙니다. 국내 기준은 한국인 자료를 따로 분석해 정했고 위 연구는 여러 나라 코호트를 합친 자료입니다. 위 곡선에서 방향이 바뀐 지점은 남성 90cm, 여성 80cm로 국내 기준과 같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자료가 비슷한 구간을 가리켰다는 정도로만 참고하시면 됩니다.

재는 방법이 숫자를 바꾼다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은 1cm 단위로 갈리는 값이므로 측정 조건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위 진료 지침이 적어 둔 측정 방법은 이렇습니다. 양발을 벌리고 숨을 편안히 내쉰 상태에서 가장 아래쪽 갈비뼈 하부와 골반 장골능의 중간 지점을 0.1cm 단위로 잽니다.

배꼽 높이를 기준으로 재는 방식과는 위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배가 나온 체형에서는 두 지점의 차이가 몇 cm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숨을 들이마신 채로 재거나 옷 위에서 재는 경우, 식사 직후에 재는 경우에도 값이 달라집니다. 결과지의 숫자가 집에서 잰 값과 어긋난다면 측정 위치와 시점부터 맞춰 보아야 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반복해 재야 변화 추이를 볼 수 있습니다.

허리둘레가 답하지 못하는 부분

이 둘레는 재기 간편하다는 장점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위 지침이 밝히듯 허리둘레만으로는 복부의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같은 90cm라도 장기 사이에 낀 지방이 많은 경우와 피부 아래 지방이 두꺼운 경우가 섞여 있습니다. 대사 위험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진 쪽은 내장지방입니다.

연구에서는 내장지방 양을 따로 볼 때 컴퓨터단층촬영이나 초음파로 단면적과 두께를 재는 방법을 씁니다. 다만 이런 측정은 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연구마다 제시하는 기준값도 제각각입니다. 검진 결과지에 적힌 허리둘레는 여기까지 가르는 값이 아니라, 추가 확인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이 근거를 읽을 때의 한계

위 메타분석의 수치를 그대로 자신에게 대입하기 전에 짚어 둘 대목이 남습니다. 60세를 넘은 참가자에서는 허리둘레와 사망 위험의 관련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1.03, 0.98~1.08). 남성 가운데 평생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집단에서도 관련성이 유의하지 않게 바뀝니다. 연구진은 비흡연자만 따로 본 분석에 자료를 낸 연구가 8편뿐이었다는 점을 한계로 함께 적었습니다.

거의 모든 원연구가 시작 시점에 한 번 잰 둘레를 사용했고 추적 기간 중의 변화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아직 진단되지 않은 참가자가 섞여 있었을 가능성도 연구진이 밝힌 한계입니다. 위험이 몇 퍼센트 높다는 값은 집단을 모아 놓고 본 평균이지 개인의 앞날을 예측한 수치가 아닙니다.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은 위험을 가늠하는 지표이지 그 자체로 병명을 정하는 값은 아닙니다. 그래서 검진 결과지에 표시가 붙었다면 혈압과 공복혈당,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같은 자리에 놓고 보게 됩니다. 반대로 둘레가 기준 아래여도 다른 지표가 함께 흔들린다면 그쪽을 따로 살피게 됩니다.

연세한빛내과에서는 건강검진과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함께 관리합니다. 검진 결과지에서 허리둘레는 혈압, 혈당, 지질 수치와 나란히 놓고 읽는 항목이고 둘레 하나로 관리 방향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내장지방 양을 수치로 산출하는 검사와도 별개입니다. 만년동 인근에서 건강검진을 받으신 뒤 결과지의 비만 진단 허리둘레 기준 표시를 확인하실 때는 이전 검진 기록을 함께 두고 둘레와 대사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